길을 걷다가 빨간색이나 회색 공중전화 부스를 보면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예전에는 너무 흔해서 특별할 것이 없었습니다. 버스정류장 근처에도 있었고, 지하철역에도 있었으며, 학교나 시장 주변에서도 쉽게 볼 수 있었습니다. 중요한 약속이 있거나 부모님에게 연락해야 할 일이 생기면 동전이나 공중전화 카드를 들고 전화기를 찾아가는 것이 자연스러운 행동이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조금 다릅니다.
공중전화가 어디에 있는지 일부러 찾아야 할 정도로 숫자가 줄었습니다. 스마트폰을 누구나 들고 다니는 시대가 되면서 길거리에서 공중전화를 사용하는 사람의 모습도 거의 볼 수 없게 됐습니다.
공중전화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과거와 비교하면 그 존재감은 크게 줄었습니다.
2016년 당시 자료만 보더라도 공중전화는 이미 빠르게 감소하고 있었습니다. 2009년 전국 공중전화 운영 대수는 9만4,377대였지만 2015년 말에는 약 7만대 수준으로 줄어들었습니다. 2011년부터 2015년 11월까지 철거된 공중전화만 약 1만9,764대였습니다. 당시 전체 공중전화의 58.6%는 월 매출이 1만 원에도 미치지 못했습니다.
10년이 더 지난 지금은 감소 속도가 더욱 뚜렷합니다.
2023년 기준 전국 공중전화 설치 대수는 2만4,982대로 집계됐습니다. 2018년 5만9,162대와 비교하면 불과 5년 사이에 절반 이하로 줄어든 것입니다. 공중전화 한 대당 월평균 이용 건수도 30.8건에 그쳤습니다.
그렇다면 공중전화는 왜 이렇게 빠르게 사라지게 됐을까요?
단순히 사람들이 전화하는 일을 그만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전화는 더 많이, 더 편리하게 사용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전화하는 방법이 완전히 바뀌었다는 것입니다.
공중전화는 왜 그렇게 중요한 물건이었을까요?
공중전화가 활발하게 사용되던 시절에는 지금처럼 개인이 휴대전화를 가지고 다니는 것이 당연하지 않았습니다.
누군가에게 연락을 하려면 집 전화나 회사 전화, 학교 전화처럼 특정 장소에 있는 전화를 이용해야 했습니다. 밖에 나와 있는데 연락할 일이 생기면 공중전화를 찾아야 했습니다.
그래서 공중전화는 단순한 통신기기가 아니었습니다.
말 그대로 거리에서 연락할 수 있는 유일한 통신수단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친구를 만나기로 했는데 약속 장소에 늦었을 때도 공중전화가 필요했습니다. 부모님께 집에 늦게 들어간다고 말해야 할 때도 공중전화가 필요했습니다. 길에서 급하게 누군가에게 연락해야 할 때도 공중전화가 필요했습니다.
휴대전화가 없던 시절에는 연락처를 외우거나 수첩에 적어두는 일이 자연스러웠습니다.
“집 전화번호가 몇 번이더라?”
이렇게 머릿속으로 번호를 떠올린 뒤 공중전화 앞에서 동전을 넣고 번호를 눌렀습니다.
지금은 이해하기 어려운 행동이지만 당시에는 아주 일상적인 일이었습니다.
공중전화가 많이 필요했기 때문에 그 숫자도 지금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았습니다.
자료에 따르면 국내 공중전화는 1999년 약 56만 대로 정점을 찍었습니다. 이후 휴대전화가 빠르게 보급되면서 감소하기 시작했고, 2006년에는 11만3천여 대, 2009년에는 9만4천여 대로 줄었습니다.
1999년과 비교하면 불과 몇 년 만에 수십만 대가 사라진 것입니다.
그럼에도 2000년대 초반까지 공중전화가 쉽게 사라지지 않았던 이유가 있습니다.
휴대전화 가격과 통신요금이 지금보다 부담스러웠고, 모든 사람이 휴대전화를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당시에는 공중전화가 사회적으로 꼭 필요한 시설이었습니다.
특히 어린 학생이나 노인, 경제적으로 휴대전화를 사용하기 어려운 사람들에게 공중전화는 중요한 연락 수단이었습니다.
그래서 공중전화는 단순한 사업시설이 아니라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사회적 통신 인프라로 취급됐습니다.
현재까지도 공중전화가 완전히 사라지지 않은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전기통신사업법상 공중전화는 ‘보편적 역무’의 범위에 포함돼 있습니다. 보편적 역무란 모든 이용자가 언제 어디서나 적정한 요금으로 기본적인 통신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입니다. 2026년 현재 시행 중인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에도 공중전화 서비스가 보편적 역무 손실보전금 산정 대상에 포함돼 있습니다.
쉽게 말하면 이런 것입니다.
“사람이 적게 사용한다고 해서 필요한 곳까지 전부 없애면 안 된다.”
공중전화에는 수익성만으로 판단할 수 없는 역할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공중전화는 꽤 오랫동안 우리 주변에 남아 있었습니다.
하지만 기술이 발전하면서 결정적인 변화가 시작됐습니다.
바로 휴대전화입니다.
휴대전화가 등장하면서 공중전화의 ‘필요성’이 사라졌습니다
공중전화가 사라진 가장 직접적인 이유는 당연히 휴대전화의 보급입니다.
그런데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사람들이 공중전화를 덜 사용하게 됐다”는 것보다 한 단계 더 깊은 변화입니다.
공중전화가 필요했던 상황 자체가 사라졌다는 것입니다.
예전에는 밖에서 전화를 걸어야 할 일이 생기면 공중전화를 찾아야 했습니다.
지금은 주머니에서 스마트폰만 꺼내면 됩니다.
친구에게 전화할 수도 있고, 문자 메시지를 보낼 수도 있으며, 메신저를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지도와 검색 기능까지 있기 때문에 예전에는 전화로 해결해야 했던 많은 일들이 스마트폰 하나로 해결됩니다.
이 차이는 생각보다 큽니다.
공중전화의 가장 큰 장점은 ‘언제 어디서든 전화할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휴대전화는 그 장점을 개인에게 그대로 가져다줬습니다.
공중전화가 아무리 많아도 내 주변에 전화기가 있어야 합니다.
반면 휴대전화는 내가 가지고 다닙니다.
공중전화는 내가 전화기를 찾아가야 하지만, 휴대전화는 전화기가 나를 따라다닙니다.
이렇게 되면 공중전화가 가진 핵심 경쟁력이 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2016년 당시 이미 전국민의 휴대전화 이용률이 100%를 넘어섰다는 자료가 나왔고, 당시 5년 동안 약 2만 대의 공중전화가 철거됐습니다. 같은 시기 월 매출 1만 원 미만의 공중전화가 전체의 58.6%를 차지했습니다.
이 숫자는 굉장히 상징적입니다.
전화가 사라진 것이 아닙니다.
전화를 이용하는 장소가 바뀐 것입니다.
예전에는 사람들이 전화기를 찾아갔습니다.
지금은 전화기가 사람을 따라다닙니다.
여기에 스마트폰의 등장까지 더해졌습니다.
휴대전화는 단순히 전화만 하는 기기가 아니었습니다. 문자, 인터넷, 사진, 지도, 결제, 영상 시청 등 수많은 기능을 하나로 묶었습니다.
공중전화는 아무리 기능을 추가해도 스마트폰의 편리함을 따라갈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공중전화가 점점 줄어드는 과정은 매우 자연스러웠습니다.
사람들이 일부러 공중전화를 사용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이 아니라, 공중전화를 사용할 이유가 하나씩 없어졌기 때문입니다.
이 과정에서 재미있는 변화도 나타났습니다.
공중전화 부스 자체가 사람들의 기억에서 조금씩 사라졌습니다.
예전에는 길거리에서 공중전화 부스를 보는 것이 자연스러웠지만, 어느 순간부터 부스가 없어져도 아무도 불편해하지 않게 됐습니다.
사람들은 이미 다른 방법을 사용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더 재미있는 것은 공중전화가 사라지는 과정에서 ‘전화’보다 ‘부스’가 먼저 눈에 띄게 됐다는 점입니다.
예전에는 공중전화 부스 안에서 사람들이 통화하는 모습이 흔했습니다.
하지만 이용자가 줄어들자 부스는 빈 공간처럼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통화를 위한 장소였던 공간이 이제는 도시의 구조물처럼 느껴지기 시작한 것입니다.
상가에서는 통행을 방해한다며 철거를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2016년 당시 KT링커스 관계자도 공중전화 이용객이 줄면서 일부 대로변 상가에서 공중전화 철거를 요구하는 민원이 늘었다고 설명했습니다. 과거에는 사람을 끌어들이는 시설이었던 공중전화가 이제는 오히려 자리를 차지하는 시설로 인식되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렇다면 공중전화는 정말 완전히 쓸모없어진 것일까요?
여기에는 조금 다른 이야기가 있습니다.
공중전화는 전화기로서의 역할은 약해졌지만, 비상 상황이나 통신 취약 상황에서의 역할은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사라지는 공중전화, 그래도 완전히 없애지 못하는 이유
2023년 전국 공중전화는 약 2만5천 대까지 줄었습니다.
2018년 약 5만9천 대였다는 점을 생각하면 감소 속도가 상당히 빠릅니다. 게다가 공중전화 한 대당 월평균 이용 건수는 30.8건에 불과했습니다.
경제적인 관점에서는 당연히 고민이 생깁니다.
사용량이 적은 시설을 계속 유지하려면 관리비와 유지비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KT의 공중전화 관련 영업손실은 2018년 184억 원, 2019년 168억 원, 2020년 140억 원, 2021년 137억 원으로 이어졌습니다. 이용량 감소가 사업자의 적자로 연결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도 공중전화는 사라지지 않고 있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비상 상황에서의 대체 통신수단이라는 역할 때문입니다.
스마트폰은 배터리가 없으면 사용할 수 없습니다.
휴대전화가 고장 나도 사용할 수 없습니다.
통신망에 문제가 생겨도 영향을 받을 수 있습니다.
반면 공중전화는 별도의 개인 단말기가 필요하지 않고, 특정 상황에서는 유선 통신망을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실제로 2018년 KT 아현지사 화재 당시 서울 일부 지역에서 이동통신을 포함한 통신 서비스에 장애가 발생했지만 일부 공중전화가 통화 수단으로 기능하면서 공중전화의 비상 통신 역할이 다시 주목받기도 했습니다.
이 때문에 공중전화는 “아무도 사용하지 않으니 전부 없애자”라고 단순하게 결정하기 어려운 시설입니다.
특히 재난이나 통신 장애가 발생했을 때는 평소의 이용량보다 필요한 순간에 사용할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합니다.
평소에는 한 달에 몇 번 사용되지 않더라도, 정말 필요한 순간에 사용할 수 있다면 사회적으로 의미가 있는 것입니다.
이것은 소방서나 비상벨 같은 시설과 비슷한 측면이 있습니다.
평소에 자주 사용하지 않는다고 해서 필요 없는 것은 아닙니다.
그래서 최근에는 공중전화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보다 부스 자체를 다른 용도로 활용하는 방법이 등장했습니다.
과거 공중전화 부스에 ATM을 결합하거나 CCTV와 비상벨을 설치해 안전공간으로 활용하는 사례가 있었습니다. 전기차 충전시설이나 전기이륜차 배터리 교환시설로 바꾸는 시도도 나타났습니다. 2021년에는 폐기 예정이던 공중전화 부스를 1인용 사무공간으로 활용하는 프로젝트도 추진됐습니다.
이런 사례를 보면 공중전화의 미래는 ‘전화기를 계속 사용하는 것’에만 있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공중전화 부스가 가지고 있는 가장 중요한 것은 어쩌면 전화기 자체가 아니라 거리 한가운데 이미 확보된 작은 공간과 전기·통신 인프라일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공중전화가 사라지는 과정에서 새로운 역할을 찾는 시도가 계속되고 있는 것입니다.
이것은 ‘사라지는 것들의 기록’이라는 관점에서도 상당히 흥미로운 부분입니다.
어떤 물건은 시대가 바뀌면서 완전히 사라집니다.
비디오테이프처럼 더 이상 일상에서 거의 사용되지 않는 물건도 있습니다.
하지만 어떤 물건은 원래의 기능을 잃어버리면서 다른 역할로 변합니다.
공중전화가 바로 그런 사례에 가깝습니다.
예전에는 ‘누구나 밖에서 전화할 수 있는 시설’이었습니다.
지금은 ‘비상시에 사용할 수 있는 통신수단’이라는 역할이 더 중요해졌고, 일부 부스는 ATM, 충전시설, 안전시설 등 다른 목적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공중전화는 앞으로 완전히 사라질까요?
쉽게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분명히 지금과 같은 숫자를 유지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이미 2018년부터 2023년까지 설치 대수가 5만9,162대에서 2만4,982대로 크게 감소했습니다.
하지만 법적으로 보편적 역무에 포함돼 있고 비상 통신수단이라는 역할이 있기 때문에, 필요한 장소까지 전부 없애는 방향으로 가기도 어렵습니다. 현재 법령도 장소 특성을 고려한 공중전화 서비스를 보편적 역무의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앞으로 우리가 보게 될 공중전화는 지금과 상당히 다른 모습일지도 모릅니다.
공중전화기를 위한 부스가 아니라 충전과 안전, 통신을 위한 작은 공공시설이 될 수도 있습니다.
지금도 일부 지역에서 이런 변화가 이미 시작됐습니다.
공중전화가 사라지는 것 같으면서도, 사실은 다른 방식으로 살아남고 있는 셈입니다.
생각해 보면 공중전화의 역사는 꽤 흥미롭습니다.
한때는 누구나 사용하던 필수품이었습니다.
사람들은 동전을 준비하고 전화번호를 외워두었습니다.
약속 시간에 늦으면 공중전화를 찾아 뛰어갔고, 부모님에게 연락하기 위해 수화기를 들었습니다.
그러다가 휴대전화가 등장했습니다.
처음에는 일부 사람들만 사용했지만 점점 많은 사람이 휴대전화를 가지게 됐고, 결국 스마트폰이 생활의 중심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그 과정에서 공중전화가 필요했던 이유가 하나씩 사라졌습니다.
이제 우리는 전화하기 위해 전화기를 찾아가지 않습니다.
전화기가 항상 내 손에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공중전화가 사라진 것은 전화라는 기술이 실패했기 때문이 아닙니다.
오히려 반대입니다.
전화라는 기능이 너무 개인화되고 편리해졌기 때문에 공중전화가 필요 없어졌습니다.
이것이 공중전화가 사라지는 가장 아이러니한 이유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공중전화는 한때 사람들을 연결해주는 가장 중요한 시설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스마트폰이 그 역할을 훨씬 작고 빠른 방식으로 대신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길거리에서 공중전화를 발견하면 예전보다 조금 낯설게 느껴집니다.
아무 생각 없이 지나치던 시설이 어느 순간 추억이 되어버렸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몇 년 뒤에는 지금보다 공중전화를 발견하기가 더 어려워질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그때 누군가는 공중전화 부스를 보며 이렇게 말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예전에는 여기서 전화했었는데.”
공중전화의 시대는 이미 많이 저물었습니다.
하지만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닙니다.
누군가에게는 비상시에 필요한 통신수단이고, 누군가에게는 지나간 시대를 떠올리게 하는 추억이며, 또 누군가에게는 새로운 방식으로 다시 활용할 수 있는 도시 공간입니다.
결국 공중전화의 변화는 단순히 전화기가 사라진 이야기가 아닙니다.
사람들이 서로 연락하는 방법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그리고 기술이 우리의 일상을 어떻게 바꿔놓았는지를 보여주는 작은 기록입니다.
매일 스마트폰을 손에 들고 살아가는 지금, 길거리에서 공중전화를 하나 발견한다면 한 번쯤 가까이에서 바라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그 작은 전화기 하나에 우리가 지나온 통신의 역사가 꽤 많이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